질문 감사합니다.
몇 가지 사례를 제시해 보겠습니다.
1. 작년 ‘수능 특강’ 83쪽의 서술 내용입니다. “플라톤은 영혼이 이성과 기개, 욕구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았으며, 이성의 덕으로 지혜, 기개의 덕으로 용기 그리고 세 부분이 모두 갖춰야 할 덕으로 절제를 제시하였다.”
2. 작년 ‘수능 특강’ 87쪽 7번 문제 선지 ㄱ의 내용입니다.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절제의 덕을 갖추어야 한다.” 이 선지는 옳은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3. 2012년 임용 기출 문제 21번 선지 1번의 내용입니다. “절제를 통치자와 피치자 모두에 관계되는 덕으로 본다.” 평가원에서 제시한 정답에 따르면, 이 선지는 옳은 선지입니다.
위 사례에서 보듯이 수능 관련 출제자와 임용 관련 출제자 모두 절제를 전체의 덕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플라톤의 원서에 근거할 때 이 관점은 옳습니다. 제 교재 34쪽에 제시되어 있는 국가편의 한 구절을 인용하겠습니다.
“용기나 지혜는 그 각각이 그 나라의 어느 한 부분에만 있어도, 뒤엣것은 그 나라를 곧 지혜로운 나라로, 반면에 앞엣것은 그걸 용기 있는 나라로 되게 하지만, 절제는 그러질 못하기 때문일세. 절제는 정말로 나라 전역에 걸치는 것으로서, 말하자면 협화음처럼 가장 약한 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같은 노래를 합창함으로써 전 음정을 통하여 마련되는 것일세. (중략) 그래서 이 한마음 한 뜻이, 나라에 있어서나 한 개인에 있어서 성향상 한결 나은 쪽과 한결 못한 쪽 사이에 어느 쪽이 지배를 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절제라고 말하는 것이 가장 옳을 걸세.” (플라톤, 『국가』, 박종현 역)
▒▒▒▒▒▒ [서희 회원님의 글] ▒▒▒▒▒▒
지난주 강의 복습을 하다가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어 질문 드립니다.
우선, 플라톤에 의하면 인간의 영혼은 이성·기개·욕구적인 부분으로 나뉘고,
그 중 욕구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개별적 덕은 따로 없으며,
교과서에서 흔히 욕구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덕으로 제시하고 있는 '절제'는
전체의 덕으로서 개별 덕들을 조화시키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수업 중 설명해 주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임용 시험 채점자로 현직 교사들이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교과서에 서술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무시하여도 괜찮을지 걱정이 됩니다.
① "플라톤은 욕구는 절제, 기개는 용기, 이성은 지혜의 덕을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박찬구 외, 『윤리와 사상(2015 개정 교사용 교과서)』, 미래엔, pp.108-109)
② "플라톤은 영혼을 이성, 기개, 욕망으로 나누고 각 부분에 맞추어 세 가지 덕을 제시한다.
그에 따르면, 이성은 지혜의 덕을, 기개는 용기의 덕을, 욕망은 절제의 덕을 갖추어야 한다."
(변순용 외, 『윤리와 사상(2015 개정 지도서)』, 천재교육, p.211)
게다가 플라톤의 『파이드로스』를 보면, 혼의 기개적인 부분은 절제의 덕을 갖춘 반면,
혼의 욕구적인 부분은 절제의 덕이 결핍된 것처럼 서술되어 있고,
③ 우리가 각각의 혼을 셋으로 나눠, 말의 형태를 한 두 부류와
마부의 형태를 한 세 번째 부류로 나누었듯이, 지금도 여전히 그것을 유지해 보자고.
그 말들 중 하나는 좋고, 다른 하나는 그렇지 못하다고 우리는 말하지.
그런데 좋은 쪽의 훌륭함이 무엇이고 나쁜 쪽이 나쁨이 무엇인지를
우리가 상세하게 말하지는 않았었는데, 이제 그것을 말해야겠어.
그 둘 중 더 아름다운 쪽에 있는 말은 (…) 절제와 수치심을 갖춘 명예를 사랑하는 자로서
참된 평판의 벗이요, 채찍질 하지 않아도 명령과 이야기만으로 몰 수 있지.
반면 (나쁜 쪽은) 방종과 허세의 벗이며,(…) 채찍과 몰이막대로야 간신히 따르네.
(플라톤(2012), 『파이드로스』, 김주일 역, 이제이북스, pp.93-94, 253c-254b.)
제 능력 부족 탓인지 『국가』에서도 절제와 관련하여,
욕구는 절제를 갖추어야 한다는 교과서의 표현을 반박할 만한 근거를 찾지 못하였습니다.
④ 소크라테스 曰 : 절제 있는 사람이라 부르게 되는 것은 (…) 세 부분 간의 우의와 화합에 의해서,
즉 지배하는 쪽과 그 두 지배받는 쪽 사이에 헤아리는 부분이 지배를 해야 된다는 데 대해서
의견의 일치를 보고서, 이 부분에 대해 나머지 두 부분이 반목하지 않을 때에 있어서가 아니겠는가?
글라우콘 曰 : 절제는 확실히 다름 아닌 그것입니다. 나라에 있어서건 개인에 있어서간 간에 말씀입니다.
(플라톤(2007), 『국가』, 박종현 역, p.306, 442c-442d)
플라톤의 영혼 삼분설과 절제의 덕에 대하여, 확신을 가지고 개념을 정리하고 싶으나,
그 근거를 찾지 못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도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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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유나의 댓글
김유나작성일 2019-01-08 09:29:22
서양윤리학사를 읽다가 알게 된 내용인데요, 절제는 욕망하는 부분을 이성적으로 인도하는 부분의 덕이라고 나와있습니다. 그러나, 더 넓은 의미의 절제의 덕도 있는데
김유나의 댓글
김유나작성일 2019-01-08 09:29:51
이는 모든 영혼이 갖추어야 할 덕이라고 합니다. 좁은의미/넓은의미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김유나의 댓글
김유나작성일 2019-01-08 09:31:06
도움이 되실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도움이 되었던 부분이라 남겨드립니다
김병찬의 댓글
김병찬작성일 2019-01-08 09:48:29
절제를 좁은 의미의 절제와 넓은 의미의 절제로 구분하는 것은 근거 없는 구분입니다. 플라톤은 그 어디에서도 절제를 이와 같이 구분한 적이 없습니다. 서양윤리학사에서 에링턴이
김병찬의 댓글
김병찬작성일 2019-01-08 09:49:55
"절제는 영혼 중 욕망 과 관련된 부분을 이상적으로 인도하는 덕이다"라고 주장할 때, 이는 에링턴이 절제는 욕구하는 부분의 덕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가 말하고자
김병찬의 댓글
김병찬작성일 2019-01-08 09:51:39
것은 욕구하는 부분에 대해 절제의 역할입니다. 실제로 에링턴을 절제가 전체의 덕임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좁은 의미의 절제와 넓은 의미의 절제라는 구분은 잘못된
김병찬의 댓글
김병찬작성일 2019-01-08 09:52:13
구분입니다. 절제는 부분의 덕이 아니라 전체의 덕입니다.
김유나의 댓글
김유나작성일 2019-01-09 02:21:10
그렇군요. ebs 2019 수능특강 최양진의 윤리와 사상 15강 01:11:20 에서도 '생산자의 덕목으로서 말하는 절제는 좁은의미, 세 개의 계급이 모두 가져야 할 공통적인 덕목
김유나의 댓글
김유나작성일 2019-01-09 02:21:46
으로서의 절제는 조금 더 넓고 확장된 의미의 절제를 의미한다.' 라고 하기에 이렇게 이해하는것이 맞다고 생각했었습니다. ebs 강의에 오류가 있는것으로 이해하면 될까요?
김병찬의 댓글
김병찬작성일 2019-01-09 09:37:26
플라톤이 좁은 의미와 절제와 넓은 의미의 절제를 구분했다고 하면 잘못입니다. 절제는 단 하나의 의미만을 가지는 개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