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강의질문] 스토아학파 재질문
- 작성자
- 김병찬
- 등록일
- 2019년 01월 12일 11시 01분
- 조회수
-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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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감사합니다.
질문의 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쾌락과 고통이라는 정념이 어떤 방식으로 발생하는지에 대한 스토아학파의 입장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어떤 종류의 감정이든지 간에 그것들은 그 자체로 생겨나는 것은 없고 항상 대상과 관련하여 생겨납니다. 쾌락과 고통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연의 필연 법칙에 따라 나에게 좋거나(예를 들어 임용 시험 합격) 나쁜(불합격) 어떤 객관적인 사건이 생겨나게 될 경우, 나는 나에게 좋은 사건에 대해서는 마음의 이끌림(충동)을 가지게 되고, 나쁜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가지게 됩니다. 이 때 충동과 거부감은 나의 자연적인 구조에서 생겨나는 자연적인 정서에 속합니다. 이러한 자연적 정서는 올바른 이성에 인도될 경우 건전한 정서로 변형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정념이 됩니다. 쾌락에 대해서 말하면, 나에게서 생겨나는 좋은 사건이나 대상에 대한 충동이 올바른 이성에 의해 인도되어 생겨난 건전한 정서를 ‘기쁨’이라 하고, 비합리적 판단에 의해 생겨난 정념을 쾌락이라 합니다. 그리고 고통에 대해서 말하면, 나에게 생겨나는 나쁜 사건이나 대상에 대한 거부감이 비합리적 판단으로 인해 정념으로 변형된 것이 고통입니다. 정신의 상태와 관련해서 기쁨은 좋은 정신의 상태에 속하고, 쾌락과 고통은 나쁜 정신의 상태에 속합니다. (참고로 스토아사상가들은 거부감이 올바른 이성에 의해 인도되어 생겨난 정서에 대해 특별한 용어를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이상에 논의에 근거하여 질문의 답을 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세계에 대한 비합리적인 판단으로 인해 발생한 정념은 제거되어야 하지만 세계에 대한 합리/비합리적인 판단과는 아무 상관 없이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쾌락과 고통도 있다고 보나요? (예를 들면 지나가는 사람이 뜬금없이 나를 때린다던가..로 부터 오는 고통)”: 합리/비합리적 판단과 아무 상관 없이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쾌락과 고통이라는 정념을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나가는 사람이 나를 때린 사건(이것은 나에게 좋지 않는 사건으로 거부감을 일으키는 사건입니다.)은 자연의 이법에 따라 나에게 생겨나는 객관적인 사건이고, 고통이라는 내적 감정은 이 사건에 대한 비합리적 판단으로 인해 생겨나는 정념을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2. 제거되어야 할 쾌락과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쾌락의 구분은 잘못된 구분입니다. 쾌락은 그 자체 정념이고, 그것을 소유한 정신은 평온 혹은 부동심이 상실된 정신입니다. 따라서 정신의 평온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쾌락을 평온하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이성과 덕의 힘으로 쾌락을 제거해야 합니다.
3. 서양윤리학사에는 실제로 “우리는 자연과 일치하는 삶을 살 수 있으며 모든 쾌락과 고통이 자연의 계획의 일부로 등장한 것임을 깨닫고 이들을 평온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서술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자연의 계획에 따라 등장하는 것’은 세계 속에서 발생하는 사건이지 그것에 대해 내가 취하는 내적 태도가 아닙니다. 감정을 포함한 내적 태도는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이니까요. 따라서 쾌락과 고통이 ‘자연의 계획의 일부로 등장한 것’이라는 구절은 스토아학파의 사상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쾌락과 고통을 평온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라는 구절은, 에링턴이 스토아학파의 정신의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는 전제 하에서, “이성의 힘으로 쾌락과 고통의 정념을 제거함으로써 평온한 마음을 얻을 수 있다.”로 해석해야 할 것입니다. 만약 문자 그대로 이해하면 스토아학파의 입장과 부합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평온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쾌락과 고통이 아니라 자연의 이법에 따라 세계와 나에게서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사건입니다.
▒▒▒▒▒▒ [김유나 회원님의 글] ▒▒▒▒▒▒
제논이 타락한 상태에서의 정념들(슬픔, 공포, 욕구, 쾌락)은 비이성적이며 동요의 원인이자 정신의 방해물이라고 말한 부분을 보고
세계를 비이성적으로 해석하는데서 발생한 정념들은 선한 상태 즉 행복한 상태를 방해하므로 제거되어야 할, 벗어나야 할 대상임은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서양윤리학사 179p에
'만일 우리가 이러한 필연성을 인정한다면 ~ 자연과 일치하는 삶을 살 수 있으며 모든 쾌락과 고통이 자연의 계획의 일부로 등장한 것임을 깨닫고 이들을 평온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를 보니 헷갈려서 질문드립니다.
세계에 대한 비합리적인 판단으로 인해 발생한 정념은 제거되어야 하지만
세계에 대한 합리/비합리적인 판단과는 아무 상관 없이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쾌락과 고통도 있다고 보나요? (예를 들면 지나가는 사람이 뜬금없이 나를 때린다던가..로 부터 오는 고통)
이렇게 이해하지 않으면 제거되어야 할 쾌락과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쾌락이 구분되는 것이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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